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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승부 조작 논란 고교 축구”…축구협회 징계는 결국 소송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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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승부 조작' 징계 건으로 소송전에 휩싸였다.

축구협회가 승부 조작 혐의로 내린 중징계에 대해 징계 당사자들과 학생, 학부모들이 징계 무효 소송 을 내 법정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떤 사건인가?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19년 8월 경남 합천에서 열린 고교 축구대회 천안 제일고와 재현고의 조별리그 최종전. 당시 천안 제일고는 전반에만 3골을 터트리며 3-0으로 앞서다, 후반전 중반부터 18분 동안 내리 4골을 내주며 역전패 했다.

현장에서는 천안 제일고가 재현고를 16강에 진출시켜 주려고 일부러 져주기 경기 를 했다는 의혹 이 일었다.

당시 대회를 주최한 고등축구연맹은 경기 당일 긴급회의를 열고 승부 조작이라고 판단, 두 감독에게 영구 제명 의 중징계를 내렸고, 상급 기관인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지난해 5월 공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승부 조작과 명예 실추 혐의로 7년 자격 정지를 내렸다.


2019년 8월 고교 축구대회에서 천안 제일고가 전반을 3-0으로 앞서다, 후반 4-3으로 역전을 허용한 경기 장면.
'승부조작'에 대한 논란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됐다.

양 팀 감독은 일관되게 승부조작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 했다. 져주기 의혹을 받은 천안 제일고의 박희완 감독은 "후반전에 1학년 선수들을 기용했고, 다음날 바로 시합이 있어 체력을 안배하라는 주문만 했을 뿐 결코 져주라는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말했다.

재현고 이찬행 감독 역시 "천안고 박 감독과 내가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에 승부 조작을 했다고 하는데,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사전에 어떤 모의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천안 제일고가 후반전에 4골을 내주며 무너진 건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1학년 선수들을 기용했기 때문일 뿐, 일부러 져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천안 제일고의 한 학부모는 "만약 져주기 경기를 할 거였다면 처음부터 져주지, 왜 전반전에 3골이나 넣으며 이기고 있었겠는가. 또 후반전 4골을 내주는 그 18분의 시간 동안, 우리 팀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고 공격수의 적극적인 유효 슈팅도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KBS는 당시 승부조작의 핵심 장면으로 지목된, 4번째 역전 골 당시 상대 공격수를 향해 골킥을 건넨 천안 제일고 골키퍼를 직접 찾아 인터뷰했다. 당시 1학년이었던 골키퍼 학생은 그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골킥할 때 멀리 차지 않고 빌드업 패스를 중점적으로 해왔다. 단순히 우리 팀 미드필더와 사인이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고 내 실수였다. 골을 많이 먹었지만, 선방도 많이 했다. 있는 힘껏 막았고 내가 막지 않았다면 8골도 날 수 있을 상황이었다."

전반전이 끝난 뒤 감독에게 승부 조작에 해당할 만한 지시 사항이 있었는지도 물었다.

"전반이 끝난 뒤 감독님이 공격수들에게 다음 경기도 뛰어야 하니 체력 보충을 하라는 지시는 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뛰지 말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천안 제일고 학생 선수가 KBS 취재진에게 당시 경기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징계 대상자들과 학부모, 학생들의 주장은 ' 페어플레이 위반은 인정 하지만, 승부 조작은 결코 아니다 '로 요약된다. 한 마디로 축구협회가 승부 조작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한 징계 를 밀어붙였다는 주장이다.

축구협회, "징계는 정당"

이에 대해 축구협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축구협회는 승부조작 징계 논란에 대한 KBS의 질의에 ▲고등 연맹의 징계 심의 결과 ▲해당 경기 심판 평가관 및 경기 감독관 보고서 ▲축구협회 기술교육실의 전문가 영상 분석 ▲ 축구협회 감사 담당자의 현장 조사 등 4가지 항목을 들어 징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축구협회는 " KFA 공정위원회는 위에 열거한 증거와 정황들을 검토해 7년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 선수와 팀을 함께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최종 징계에서는 배제하여 어린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몇몇 학부모들은 징계 경감을 주장하지만, 독립적인 의사 결정 기구인 공정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다 "고 밝혔다.

KBS는 해당 경기 감독관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경기 감독관 보고서 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있었다.

"56분경부터 천안 제일고 수비수들이 적극적인 플레이 없이 따라가는 시늉만 보이는 플레이를 자주 했음"

"70분과 71분 연속 실점 상황에서도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경기가 보이지 않음"

"상기 정황으로 본 감독관 견해로, 비정상적인 경기로 사료됨"


경기 감독관이 어느 정도 승부 조작의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 의 의견이었다.

축구 전문가 분석도 의뢰했다. 국가대표 비디오분석관 출신인 김세윤 씨는 당시 경기의 유튜브 영상을 본 뒤 "천안 제일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소극적 이었다. 단순히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지키기 경기를 한 것 이상으로, 석연치 않은 경기 내용이라고 보여진다"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결국, 징계 대상자들도 부분적으로 인정하듯, 석연치 않은 경기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후반전에 무려 7명의 1학년 선수를 교체 투입한 천안 제일고 감독의 용병술은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 정신' 위반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해당 경기가 두 감독의 담합에 따른 '승부 조작'인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징계 무효 소송에서 이 점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본안 소송을 맡은 박희완 감독 측 김종복 변호사는 "논란의 핵심은 '승부 조작'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질 만큼 축구협회가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두 감독이 사전 담합을 했다는 증거, 예컨대 돈이 오갔다거나 둘의 통화 내역이 증거로 제시되지 않았고, 천안 제일고 학생들이 승부조작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도 없다. 결국, 축구협회가 승부조작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기정사실로 해 결론을 내린 무리한 징계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5월 공정위원회를 통해 ‘승부 조작 및 명예 실추’ 사유로 7년 자격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또 다른 쟁점... 그리고 남은 '상처'

그런데 징계 무효 소송에서 또 한 가지 쟁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시 경기에 출전한 한 학생 선수의 이른바 '양심선언'이 담긴 녹취록 이다. 재현고 학생 선수 1명이 축구협회 조사관에게 진술한 내용인데, 승부 조작과 관련한 지시를 받았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담겨 있는 걸로 알려졌다.

다만 이 녹취록이 정작 축구협회 공정위원회에서는 증거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천안 제일고 박희완 감독과 학부모 측은 "이 녹취록이 공정위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축구계에 나돌고 있었다"며 녹취록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축구협회 측은 이에 대해 "녹취록 학생의 신분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알려줄 수 없고, 소송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2년 전 승부조작 논란 파문으로 재현고 축구부는 해체 됐고, 천안 제일고 학생들은 모두 전학 갔다. 이 논란은 결국 축구협회와 지도자 간 소송전으로 비화했고, 스포츠 윤리센터에도 안건으로 접수됐다.

그 가운데 학생들의 상처는 아직도 진행 중 이다. 당시 경기에 출전한 천안 제일고의 1학년 선수는 "다른 팀 애들이 농담으로 너희 승부조작 팀이잖아. 이러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정말 안 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천안 승부조작고' 이런 식으로 조롱하는 게 많이 억울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7년 자격 정지 징계를 당한 박희완 감독 측은 지난해 6월 징계 무효 소송을 접수했다.

축구협회는 9월 답변서를 냈고, 양측은 현재 법원 기일을 기다리고 있다 .

소송 결과에 따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의 신뢰도 또한 걸려 있어, 축구계가 이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