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노동성이 3세 이하 자녀를 둔 직장인의 재택근무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검토 중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일·가정 양립 정책을 앞으로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택근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만 3세 이하 자녀를 둔 직장인들의 재택근무를 기업들의 의무로 규정하는 법안을 계획 중이다. 해당 법안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앞서 차원이 다른 강력한 저출산 대책을 지시한 이후 등장한 후속 대책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텔레워크(재택근무)를 활용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바꿔나가야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한 바 있다.
기존 일본에서는 일·가정 양립 지원책으로 만 3세 이하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직장에서 1일 6시간만 일하는 단축 근무제를 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었다. 여기에 재택근무까지 추가하면 양육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니케이는 "온라인을 통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 도시 지역에 일하는 사람은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육아시간을 확보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녀가 3세가 될 때까지 보장하던 부모의 잔업 면제권 또한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로 대폭 연장된다. 일본 정부는 내년에도 육아나 간병 휴업을 늘리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계속 개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보수적인 일본 직장에서도 재택근무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은 주로 대면 업무와 출근을 중시하는 분위기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재택근무가 또다른 형태의 근무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회사에 재택근무 제도가 있다’고 답변한 취업자 비율은 2022년도에 37.6%로 2019년 19.6% 대비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는 기업에 다니는 사람 중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는 응답도 67%에 달했다.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여 정부가 움직이기 전 이미 부모의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대기업도 있다. 일본 대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로 꼽히는 이토추상사는 임신이나 육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택근무를 원칙적으로 주 2회까지 허용하고 있다. 재량에 따라 늘릴 수 있지만 주 1회는 사내 소통을 위해 회사로 나와야 한다.
다만 일률적인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 야근 면제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벌어지는 업무 공백을 대체할 근로자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택근무자 비율은 보통 기업 규모에 반비례한다.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근로자 1000명 이상인 기업의 재택근무 비율은 36.7%였으나 100~299인 사업장은 22.7%, 그리고 20~99명 사업장은 17.5%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대면 근무가 필요한 서비스업, 돌봄·보육 관련 업종, 의료업도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어렵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재택근무가 어려울 경우 유연근무제 등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니케이는 이러한 시스템을 시행하는 기업이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니케이는 "재택근무나 육아휴직은 개인의 판단이지만, 관련 제도 도입이 늦어지는 기업은 유연한 근로 방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육아휴직이 확산되더라도 복귀 후에 육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둘째나 셋째 자녀를 가지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http://v.daum.net/v/2023051610231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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