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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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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jpe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션 베이커 감독, 브리아 비나이테, 브루클린 프린스 주연. 15세 관람가.


오늘 소개할 영화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야.


다들 아기자기한 포스터에 속아서 표를 샀다가 - 엄청나게 충격먹고 나가는 영화야.

포스터만 보면 일종의 동화적인 힐링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반대로 사람의 마음을 마구 후벼파는 이야기였어.

(뇌피셜이지만 포스터를 이렇게 만든건 수입사에서 일부러 그런거같아. 더 충격 먹으라고.)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 랜드 옆 '매직 캐슬' 모텔 쪽방에 사는 헤일리와 무니, 두 모녀의 이야기야.

핼리.jpe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헤일리.

무니.jp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앞에 달려가는 꼬마가 무니인데, 이 두 명은 홈리스야.

미국 빈민층의 삶을 조명한 영화인데, 

이 작품은 어린 아이 무니의 시선에서 담백하게 전개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영화 이름은, 디즈니 랜드가 실제로 지어질 때 '플로리다 프로젝트' 라고 불렸고,

실제 캘리포니아주의 홈리스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정책도 '플로리다 프로젝트'라고 하더라고,

이 영화는 디즈니랜드 옆 홈리스의 이야기니까 이름을 이렇게 지은것 아닐까 싶어.


난 이 영화를 17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봤는데, 그 해 영화제에서 본 모든 영화중에 가장 인상깊었고

지금도 이 영화는 내 인생 영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

이 영화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가 짧게 있었거든?

아무도 안 나가고 객석이 가득 차 있었지. 

보통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가 있다고 해도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면 그냥 다들 나가는 편이야.


그럼 이 영화가 왜 인상 깊었느냐?

일단 색감도 좋고 만듦새도 좋아서 보는 맛이 있어.

이 영화를 보면 아기자기한 색감이 먼저 들어와.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프닝.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오프닝부터 색감이 이래. 약간 클래식 한 것 같기도 하고,


캘리포니아1.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캘리포니아3.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전체적으로 동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호텔.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나는 영알못이지만 이 장면에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느낌이 살짝 있더라고.


윌렘데포 라이터1.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윌렘데포 라이터2.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윌렘데포 라이터3.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윌렘데포 라이터4.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윌렘데포 라이터5.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이 장면은 영상으로 봐야하는데, 움짤을 만들줄 몰라 ㅠ

하튼 몇몇 장면에서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였어.

계속 전개되는 두 모녀의 냉정한 현실과 달리 화면은 아주 동화적이고 이쁘니까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영 편하게 즐길수는 없는, 그런 기분이었어.

색감과 분위기가 일치하는 영화들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와닿더라

나는 그냥 신기하게 봤지만,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교재가 될 것 같아.


다음으로 전반적인 리얼리티가 대박이야 -

난 이 영화를 보고 아메리칸 드림을 접었어.

빈민층의 생활을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 

이 사람이 주인공중 하나인 브리아 비나이테인데, 

핼리2.PNG 진흙속의 진주도 아름답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스압)
(가운데 앉아있는 무니의 엄마)
이렇게 나오니까 난 진짜 홈리스인줄 알았어. 문신이 범상치 않더라.

(실제로는 뉴욕에서 살던 패션 디자이너 겸 인스타 모델)

션 베이커 감독은 주로 소외된 계층을 조명하는데, 낯선 사람들을 배우로 기용하는걸 선호해.

관객들이 그의 작품에 조금 더 몰입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한다고 들었어.

그래서 그 감독의 영화는 항상 신인들이 많이 나오지.


근데 이 신인배우 기용이라는것도 웃긴게, 배우를 기용한다기보다 이런식이야.

홈리스 역할이 필요하면 - 홈리스를 캐스팅하고, 동성애자가 필요하면 - 동성애자를 캐스팅해.

이 감독의 이전 작품 <탠저린>은 트랜스젠더의 삶을 조명했는데, 실제 주연 배우도 실제 트랜스젠더야.

실제로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도 무니의 친구 스쿠티 역할을 맡은 애가, 모텔촌에 살던 동네 꼬마였다 하더라.

(위의 테이블 사진 오른쪽 남자아이)

보통 투자금에 대한 압박 때문에 감독들은 조금 더 검증된 사람들을 기용하고 싶어 할텐데, 

이걸 뒤집는 감독의 배짱에 감탄 또 감탄 하게 된다.

확실히 그덕에 진짜 있을법한 사람들이 나와서 연기라기보다는 삶을 보여주는 느낌이라

다큐멘터리 보는듯한 느낌이 있었어.

션 베이커 감독은 철저한 취재로 유명한 감독인데,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촬영하기 전에도 

3년간 모텔촌에 직접 살다시피 하면서 이 작품을 오랜시간 준비했다 하더라. 

확실히 현실감 넘치는 결과물이 나왔어. 

.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감독이 의도를 절대 드러내지 않아

덕분에 조금 더 자유롭고 능동적인 감상이 가능하더라. 

이게 진짜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해. 내가 이 영화를 아직도 기억하며 추천하는 핵심 이유기도 한데,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어. 

분명 미국 홈리스 문제는, 내가 알지도 못하던 것이었는데 

영화 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서 문제 제기가 떠오르더라.

감독에게 설득 된다기 보다 자유 의지의 느낌?

솔직히 나는 미국의 홈리스 문제에 대해 생각 해 본적이 없었거든 

내 삶도 바쁜데 한국 사람들도 아니고 더군다나 외국인들을 내가 왜 생각하겠어?

근데 이 영화가 끝나고 나니까 모텔촌에 사는 미국 어린애들 걱정이 생기더라.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감독은 그냥 내 눈앞에 현실을 보여줄 뿐,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건지 절대 판단을 내리지 않아.

그만큼 정제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조금 심심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적절한 거리감이 낯설면서도 좋더라.

관객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 하는 감독도 있는 반면, 이런 감독도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

나는 이 감독 영화 앞으로 꾸준히 볼 것 같아.

혹시 리얼리티 넘치는 영화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