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황 (feat. 해안 장벽)

바다로부터의 어떤 침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해안가에 거대한 장벽이 들어섰다.

"이 장벽 건너편이 바로 마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바닷가 쪽은 장벽으로 완전히 막혀 있습니다."

주민은 저 장벽 덕분에 8년 전의 쓰나미 이후 자신을 따라다닌 불안감이 줄었다고 말한다.

  



지진 해일로 시 전체 인구의 10%인 1,800여 명이 숨진 리쿠젠다카다 시.




지진 해일이 발생하고 8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그날의 악몽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악몽 같은 쓰나미 이후 조그만 기척에도 잠에서 깰 정도로 불안했다는 주민.




막대한 피해를 봤던 그해 가을, 바로 거대한 방조제 건설이 결정됐다.




소나무 7만 그루가 있던 해안가엔 울창했던 방풍림 대신 최고 높이 15m의 거대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대략 건물 5층 높이 해안 장벽을 2021년까지 세울 계획이다.

이와테 현을 포함한 일본 동북 지역 해안 295km에 장벽이 올라가고 있다.




참고로 남북을 가로지르는 휴전선이 248km다. 그리고 그 휴전선도 장벽은 없고, 팻말로만 위치를 표시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일본은 진짜로 그거보다 더 길고 거대한 진짜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

저걸 짓는데 걸린 건설 기간만 5년, 건설비만 13조 5천억 원에 이른다.




시당국은 방조제의 효과에 대해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일생에 한번 경험할 정도의 지진해일은 막을 수 있겠지라고 할 뿐.




하지만 해변을 모두 장벽으로 막아버린 탓에 바닷가지만 바다가 분리된 낯선 풍경이 만들어졌다.




특히 주민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환경도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방조제를 올리다 보니 거대 구조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꼭 이런 방법밖에 없었냐고 말하는 해안 장벽 건설 반대 주민.




100년 뒤 혹은 500년 뒤, 해안 장벽은 어떻게 평가될지,

자연의 힘을 막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이젠 땅과 바다를 갈라놓고 있다.